나의 속 이야기 말하기

UNIST 화학과만의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첫번째, 세계 최고 수준의 교수진.
UNIST 화학과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보다도 훌륭한 교수진분들입니다. 풍부한 경험과 연륜을 가지신 교수님들부터, 톡톡튀는 인사이트와 열정을 가지신 신진교수님들까지 화학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분야의 교수님들과 만날 수 있는 것은 당연 최고의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기, 무기, 재료, 물리, 나노, 환경, 공업, 계산, 고분자, 생화학 등등 세부 분야의 화학에서도 각 연구 주제에 따라 수많은 갈래로 나누어져 각자 그 중점으로 연구를 하다 보면 반드시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 때, 타 분야의 전문가의 의견을 얻는 것은 생각보다 까다롭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한 건물, 몇 걸음 걷지 않는 가까운 곳에서 대면하여 조언을 구하거나 함께 협업을 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많다는 것은 학식과 연구경험을 보다 빠르게 확장시킬 수 있는 ‘치트 키’와 같습니다. 해외 기관이나 기업에서의 경험 등 현재 학생 본인이 직접 겪기 어려운 사안들에 대한 조언에서부터 실질 연구에 대한 지식적 조언까지 아낌없이 주시는 교수님들이 아주 많이 계십니다. 저 역시 제가 몸담은 연구실의 교수님뿐만 아니라 다른 교수님들께 여러 질문을 드리러 찾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마다 본인의 일인 것처럼 마음을 써주시는 많은 교수님들께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두번째, 쾌적하고 최적화되어 있는 최신식의 연구실환경 및 시스템
실험에서 가장 기본적인 전제가 되는 것이 환경 조건입니다. 어떤 논문을 보더라도 실험의 method에 꼭 언급되어 있는 것이 바로 환경 조건임을 모두들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상온 유지와 습도 유지, 그리고 배기시스템 및 내화학성을 갖춘 환경은 사실 매우 기본이 되면서도 실제로 갖추기 쉽지 않은 조건들입니다. 실제로 노후되고 비 연구목적으로 건설된 실험실들이 많아 연구실종사자들의 안전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그러나 UNIST 화학과의 실험실들의 경우 연구중점의 학교답게 실험에 적절한 환경이 갖출 수 있도록 계획하에 설계 및 배치되어 있어 발생가능한 위험도를 낮추었을 뿐만 아니라 불시의 사고에서도 대처가 가능하도록 대응 안전 장치들이 설치 및 관리되고 있습니다. 폐수 및 폐기물처리 시스템만 보더라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연구실종사자들이 온전히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갖추어진 시스템은 실제 연구에 있어 효율성을 늘리는 아주 큰 장점이 됩니다.
세번째, 다양한 연구 장비로의 접근성
UNIST의 분석센터가 보유하고 운용하고 있는 장비를 셀프유저로써 활용할 수 있는 접근성뿐만 아니라 화학과에서 직접 운용 관리하고 있는 장비, 각 화학과 교수님들 연구실에서 보유하고 있는 장비들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 실질적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연구를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실제로 많은 장비를 직접 운용해볼 수 있다는 것은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향상시키는 좋은 기회를 얻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NMR, XRD 또는 SEM과 같은 장비는 합성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아주 빈번하게 사용되는 장비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장비를 이용 또는 분석하고자 할 때 장비 보유수가 적거나 없어 타 기관에 의뢰를 하거나 아주 오래 기다려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UNIST 화학과에서는 공동기기의 경우 자체예약시스템도 잘 관리되고 있으며 주기적인 교육을 통해 연구자들이 직접 원활하게 실험을 수행할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장비를 실제로 운용해본 경험은 연구에 대한 이해도에도 영향을 끼치지만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 스킬에 해당하므로 이러한 접근성은 특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학위 기간 중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으며, 어떻게 극복하였나요?
학위 기간 동안에 학생은 정량적으로는 우수한 연구 결과를 논문, 특허, 시제품, 학술 발표 등의 방식으로 도출하고 정성적으로는 연구의 주제 설정 기획, 실험 및 모델링으로 구체화, 오류 검출 및 전략 수정 결정 그리고 최종적 결론 도출 추진을 할 수 있는 연구자적 자질을 향상시켜야 하는 것이 목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목표 달성에 차질을 야기하는 모든 것들이 학위 기간에 학생들을 힘들게 만드는 원인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더욱 힘든 것은 그런 많은 원인들 때문에 지쳐서 자기자신을 믿는 마음이 흔들리게 되는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학위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때가 바로 연구의 근간이 되는 마음가짐, 제 자신에 대한 확신을 놓쳤던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 일이 빈번해지고, 노력한 것에 비해 결과물이 좋지 않다고 판단될 때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이 모자라지 않는지를 되돌아보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연구란 그동안 해온 일을 끊임없이 회고합니다. 그러다 보니 실험적인 오류나 문제점을 찾다가 어느 순간 본인에게서 그 문제원인을 찾게 될 때가 있습니다. ‘애초에 이 길이 맞는가? 내가 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저의 경우 이러한 생각은 자존감 저하로 이어지게 되고 문제해결의 원동력을 잃게 되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어디를 향해 가야할 지 모를 사막 한가운데서 이따금 만나는 작은 돌멩이들과 같은 결과를 이정표 삼아 오아시스를 향해가는 기분이 들 수도 있습니다. 분명 뛰고 있는데도 제자리 걸음을 하는 듯한 때가 당연히 올 수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일단 멈춰도 된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매번 달릴 수는 없으므로 멈춰서 온전히 휴식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현 상황을 인지하고 온전히 휴식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함을 알리시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길 바랍니다. 취미를 가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루에 10분이라도 운동을 하는 것도 좋고, 요리나 베이킹을 배우는 것도 좋습니다. 콘서트나 연극, 뮤지컬 등 문화공연을 보러 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학습과 연구에 모든 정신과 노력을 쏟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에 너무 힘들고 지친다면 잠시 그 주제에 관련된 것은 문을 닫아 두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다른 것에 관심을 쏟아 보는 것은 새로운 영감이나 활력을 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아주 깊은 심연으로 빠져들어 가는 것과 같은 우울감을 느꼈을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노래를 들으며 강변을 몇 시간을 걷기도 하고, 주말에 공연을 보러 가기도 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쉬기도 하면서 저에게 활력을 충전하는 시간을 주었습니다. 이러한 시간은 저에게 다시금 도전하고, 시도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제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했던 또 다른 방법은 바로 ‘나의 속 이야기 말하기’입니다. 연구의 주체는 나 자신이기 때문에 결국엔 나 자신이 해결해야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혼자서 모든 것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혼자 해결하려 하는 성향 때문에 연구 관련 문제뿐만 아니라 연구 외의 문제도 혼자서 끙끙 앓았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문제해결을 더디게 만들고 보다 많은 방안이 있음에도 그것을 찾지 못하게 하는 선택임을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멘토, 동료, 가족, 연인, 상담사 등에게 고민을 말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방안을 찾을 수 있고 감정적 문제의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여러 방식으로 말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말로, 글로, 그림으로 또는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의견을 나누다 보면 결국 내 안의 문제의 해답이 눈앞에 나타날 것입니다.

졸업 후 현재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저는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원자력환경실에서 선임연구원으로써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아무래도 화학과 학생분들에게는 그리 친숙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우선 간단히 소개해보자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써 원자력을 활용하여 발전하는 시설 및 장치 개발 연구에서부터 중성자를 이용한 분석 연구, 핵연료, 의료용 동위원소 제조 관련 연구 등 정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넓은 스펙트럼의 원자력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종합연구기관입니다. 1700여 명의 임직원분들이 대전 본원을 비롯하여 정읍과 경주 분원에서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으며 앞으로 기장과 감포에도 분원이 설치되어 많은 연구들이 수행될 예정입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원자력환경실은 원자력시설 주변 환경방사선 평가 수행을 전문으로 하는 부서입니다. 원자력이용시설에서는 시설의 운영을 통해 주변 주민이 받게 되는 방사선량이 연간 선량한도 이내로 유지되고 있는지를 확인하여야 합니다. 토양, 빗물, 지하수, 생물 등 원자력시설 주변의 환경에서의 방사선량과 방사성핵종의 검출농도를 확인하고 그 결과를 주기적으로 보고하도록 법적으로 고지되어 있습니다. 저희 부서에서는 이러한 환경방사선/능 조사 및 평가, 국가공인 방사능분석 시스템(KOLAS)운영, 환경방사능 평가 관련 연구개발, 방사선/능 관련 현안 해결 연구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환경방사능 평가관련 연구개발에 있어서는 평가 및 조사에 사용되는 계측장비 개발이나 계측이 가능하도록 시료의 화학적 전처리를 위한 장비 개발 또는 전처리에서부터 계측까지의 전 과정의 절차 최적화 연구 등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화학적 배경지식을 활용하여 다단계의 복잡한 화학분리법을 간소화시키거나 시료의 순도를 높이는 등 분석결과의 정확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최적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기 중 방사성탄소를 포집 하여 분석가능한 순도와 형태로 만들기 위해서 혼합가스 형태의 기체시료를 미세세공체로 포집 후 가열 및 화학처리를 통해 탄산염 형태로 변환시키게 됩니다. 높은 순도의 탄산염을 다시 산과 반응시켜 이산화탄소 형태로 재 변환 후 계측에 필요한 섬광용액과 혼합하여 시료를 제조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시료의 순도 향상, 절차의 간소화, 장비 개선 등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특정 방사성핵종 또는 이온의 분리나 제거를 위한 흡착소재 개발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정 pH에서 특정 이온을 흡착하고 탈착하는 것이 가능한 레진들이 개발되어 판매 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레진들은 대부분 해외의 기술로 제조 및 판매되고 있어 거의 전량 수입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기술을 국내화하기 위하여 레진 개발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안전성 문제로 인하여 환경 중 삼중수소의 농도변화의 추이를 조사하고 변화에 대응하기위한 노력들이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매우 낮은 농도의 환경 중 삼중수소를 검출하기 위해서는 일정 농도 이상으로 농축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비교적 최근 PEM(proton exchange membrane) 전해농축을 이용하여 삼중수소를 농축하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을 적용하여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환경시료 내 삼중수소 농도를 측정하기위한 장치 개발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학위과정동안 다양한 유무기 소재를 합성한 경험과 박사 후 과정동안 수행한 벤치급 장치 개발 경험을 토대로 소재 개발과 합성법 최적화 및 장치 개발 등의 현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직업적으로 가장 보람되고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연구원으로써 가장 보람되고 행복한 순간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수행하고 있는 과제나 연구에서 목표를 동료들과 함께 달성하고 해결했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느낍니다. 과제는 각 연차마다 연구 목표가 있으며 계획에 따라 달성해야 하는 결과물이 있습니다. 한정된 시간과 비용 내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므로 무엇보다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보통 단독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의 동료들, 협업기관들과 함께 각자 맡은 바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유기적으로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을 때 비로소 결과를 성취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의 능력을 발휘하여 제 몫의 일을 다 하였을 때 가장 행복하고 보람됩니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각자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누구 하나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일의 진행에 차질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렇기에 목표달성을 위해서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맡은 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합니다. 이것은 제가 제 자신이 갖기를 바라는 책임감이고 제가 남들로부터 갖기를 바라는 신뢰이기도 합니다. 일의 규모와 상관없이 함께하는 일이기 때문에 서로 소통하면서 협력하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연구원으로써 연구 개발은 업무이기 때문에 너무나 당연하고 의무적인 것이기는 노력이 필요로 합니다. 누가 대신할 수도 없기 때문에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힘들지만 즐겁습니다.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소소한 일례로 업무 투입 초창기에 시료 순도의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분석법의 절차를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중간물질인 합성 시료의 순도가 낮다는 것을 인지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절차 최적화 업무를 담당했던 동료 연구원 분과 여러가지 토의를 나누는 것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시료를 제조하는 절차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다양한 시도를 수행했기 때문에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동료 분의 설명으로 보다 빨리 문제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를 토대로 저의 가설들을 세워 원인을 추정해 보았습니다. 여러가지 추정 원인 중 가능성이 높은 것을 함께 추릴 수 있었고 이에 관련한 사안이 연구된 바 있는 지 확인하기 위하여 문헌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특히 시료를 합성하는 반응 중에 발생 가능한 부반응이 있는지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확인해보았습니다. 이와 동시에 실제 중간물질의 혼합상태를 분석하기 위해서 XRD 측정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XRD 분석의 경우 학위과정때 주로 수행하였기 때문에 본 문제해결에도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혼합물은 총 5개의 물질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이용하여 혼합 비율 또한 Rietveld refinement를 수행하여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문헌조사와 실험적 경험을 통해 실제 시료 속에 섞여 있는 원치 않은 이물질들을 제거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세우고, 실제로 실험을 수행하여 결국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실무자의 그동안의 실험 결과를 토대로 보다 빨리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으며 제가 가진 배경지식을 활용하여 문제 해결 방안을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함께 해결했다는 성취감은 동료와의 유대감과 신뢰를 높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서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기 때문에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답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방사선/능 조사 평가 업무 파악에 도움을 받아 보다 빨리 절차를 이해할 수 있었고, 동료 연구원 분은 그간 사용하지 않았던 장비와 분석 기술에 대해 배우는 좋은 경험의 순간이 되었습니다.

긴 안목에서 최종적인 목표나 꿈이 있으신가요?
저는 현재 제 인생의 첫번째 챕터의 목표를 이루었습니다. 중학교 시절, 친구들과 어른이 되면 어떤 모습일까에 대해 이야기 한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저는 연봉 5000만원 이상을 버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 그 금액은 제가 생각했을 때 매우 큰 금액이었기에 그러한 돈을 벌 수 있다면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충분히 할 수 있고, 누군가를 도울 수도 있는 사람이 되리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화학2를 가르쳐 주시었던 선생님을 동경하였습니다. 그 선생님께서는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연구실경험이 있었던 분이셨는데 종종 그 경험을 들려주시곤 하셨습니다. 그 때 저는 ‘나도 저런 경험을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결심한대로 저는 대학교를 화학과를 진학하게 되었고 실제로 실험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무기실험시간에 처음으로 알게된 MOF(Metal-Organic Frameworks)라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의 존재였습니다. 눈에도 보이지 않는 아주 조그마한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들여다보니 마치 전혀 다른 차원의 이세계속에 제가 들어간 듯했고 저는 그러한 세상을 연구하고 싶어졌습니다. 대학원을 진학해 MOF를 연구하는 연구실에 들어가 세상에 없었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은 정말 벅차는 일이었습니다. 직접 구성을 디자인하고 예측하고 실제로 합성하면서 그 결과를 보는 일들이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7년간의 시간동안 제가 재밌어하는 연구를 하면서 많이 웃고, 울고, 기뻐하고, 좌절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단단한 검은색의 커버위에 제 이름이 금색으로 새겨졌을 때 조금은 헛헛하기도 했고 조금은 두려웠고 조금은 설레었습니다. 시간이 빠르다고 느껴졌고 한 명의 연구자로 자립할 수 있을지 떨렸고, 새로운 사회로 나아간다는 것이 설렜기 때문입니다. 다른 분야의 일을 해보고 싶어 도전한 박사 후 연구원 생활은 처음부터 다시 학위를 시작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간 하지 않았던 다른 분야를 공부하고, 실험하고, 다른 기관이나 회사와 함께 협업하는 일을 하면서 보다 안정적으로 저의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3년차가 되었을 때 저는 지금의 연구원에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저는 화학을 기반으로 하는 연구들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그렸던 청사진은 점점 더 구체화되었고 목표가 되었고 그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앞선 한 뼘 정도의 글로 설명 드린 저의 30여년간의 목표를 저는 막 이룬 참입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의 30년간 이룰 다음 목표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초보 연구자로써 제가 세운 목표는 어쩌면 모든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목표로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개발한 소재, 기술, 장비, 방법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진짜 실용적이고 활용가능한 소재를 동료들과 함께 개발하여 보다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바로 저의 연구적 목표입니다. 훌륭한 연구진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분야의 소재들이 해외의 기술에 기반하여 그에 영향을 받는 일이 많습니다. 저는 소재의 국내화, 기술의 국내화를 지향하여 연구 외적인 상황에 의하여 간섭 받지 않고 안정적이게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유능한 많은 동료들을 리딩하는 리더로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저의 소양을 늘리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누군가로 부터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 같이 의견을 나누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 저의 연구자로써의 목표입니다. 시계는 혼자서 돌아가지 않습니다. 수많은 부품과 태엽들이 맞물려 딱 맞아 들어갔을 때 제 역할을 다합니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함께 시작해보자고 외칠 수 있는 조각이 되는 것이 저의 앞으로의 목표입니다. 언젠가 그 꿈을 이루었을 때 또 다시 여러분들께 저의 인생의 두번째 챕터의 목표를 이루었다고 말 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바랍니다.

UNIST 졸업생으로서 학생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이미 너무나 열심히 학습과 연구를 하고 있고, 최선을 다해 꿈을 쫓고 있는 여러분들에게 조언을 드리기에는 아직 저는 자격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처음 대학원에 입학했을 때인 25살의 저에게, 10년 전의 저에게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하고싶은지에 대해 고민해 보았습니다. 그 고민을 아래 편지로 대신합니다.
나에게,
안녕. 나는 10년 뒤의 너란다. 10년 뒤에 뭐 하고 살지? 하고 동료들하고 장난처럼 이야기하곤 했었는데, 어느 새 학교를 떠나 진짜 누군가는 교수가 되고, 연구원이 되고, 회사원이 되고, 사업도 하면서 각자 여러 곳에서 자기의 능력을 펼치면서 열심히 지내고 있어.
나는 지금 네가 상상했던 너의 모습과 비슷하면서도 달라. 어렸을 때부터 꿈꾸었던 연구원이 되어서 명함이 생긴건 다르고, 여전히 새로운 걸 공부하고 논문을 뽑아서 줄 그으며 읽고 있는 건 비슷해. 그 때보단 정시에 출근해서 정시에 퇴근하는 날은 더 많아. 그러다 갑자기 일이 몰리면 야근하는 건 비슷해. 밥은 인터넷에서 산 도시락이 더 맛있는 것 같긴 해. 내가 요리하면서 지낼 줄 알았는데 요샌 밀키트가 참 잘 나와. 그러니까 요리 못해도 괜찮아. 다 잘할 순 없는 거니까 잘하는 걸 열심히 하자. 10년 뒤에도 여전히 지금의 너처럼 어려운 것 투성이야. 내가 어른 같지 않고 서툴러서 하루에도 몇 번씩 머리를 쥐어뜯기도 해. 그런데도 참 행복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내가 즐거운 일이라서 행복해. 아마 네가 열심히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
학생이기도 하지만 성인이니까 책임질 게 많다고 생각했었잖아. 그래서 커다란 진로를 선택하는 거든, 연구 주제를 선택하든, 또는 그냥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지 선택하든 이렇게 무언가 결정해야할 때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될거야. 그런데 그게 꼭 최고의 선택은 아닐 수도 있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어. 왜 그랬지? 라는 생각이 들만한 행동을 해서 이불을 막 찰 수도 있고, 후회도 할 수도 있어. 그리고 물론 포기할 수도 있어. 그런데 괜찮아. 꼭 한가지만의 길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포기하는 건 지는게 아니고 그저 다른 선택을 하는 거니까 너무 부담갖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그 선택을 할 때 최소한 네가 더 행복해지는 걸 택했으면 좋겠어. 네가 더 즐겁고 기쁜 걸 선택하면 좋겠어. 몸이 힘들고 머리가 얼얼해도 하고 나면 마음이 두근거리고 웃음이 나는 걸 하면 좋겠어. 결국엔 그게 나를 움직이게하는 일이더라고.
주변의 동료들과 더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어. 같은 연구실 사람들과 잘 지내면 정말 최고지만 가끔 싸울 수도 있어. 매일매일 부딪히다 보면 의견이 딱딱 맞는 날도 있지만 아닐 때도 있으니까. 그럴 때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많은 시도와 노력을 해보길 바라. 같은 랩 말고 타 분야의 연구를 하는 다른 연구실 사람들과도 잘 지냈으면 좋겠어. 훗날 그 사람들과 협업하는 날이 정말 올 수 있거든. 인사라도 한번 하고 안부도 전하고 무슨 일 하는지 별일 없는지 이야기도 하고 그래. 그러다 보면 그 사람들과의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르기도 하고 그냥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니까 말야. 멋진 동료들은 모두 다 너의 큰 자산이 되고 힘이 될거야.
지금까지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할거야. 사실 못해도 괜찮아 그것대로 다 좋으니까 행복하게 즐겁게 예상치 못한 많은 일들을 설레여하며 경험해봤으면 좋겠어. UNIST에서의 너의 시간들이 소중하고 즐거운 기억들로 가득 채우기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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